Fun 아이디어

국내외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인문/문화적 융합 정보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평소 어떤 ‘독’에 노출돼 있을까?

인쇄

 

백설공주가 독이 묻은 사과를

한 입 베어물고 쓰러집니다.

한편,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독이 묻은 물레 바늘에 찔려(급작스러운 전개) 

영원히 잠들게 됩니다.

그러더니 두 공주 모두

진정한 사랑(태어나 처음 보는? 왕자)을 만나

해독 ‘키스’로 영원한 사랑(은 없겠지만)을 얻게 됩니다!   

 

-THE END- 

 

 

백설공주의 독사과처럼 한입 베어물고 혼수상태에 빠지는 그런 독이 있을까?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동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 전개입니다. 독 때문에 위기에 빠진 여주(여주인공)를 키스로 구하는 남주(남주인공), 그리고 두 사람에겐 행복한 앞날이 펼쳐지지요. 다행히 두 여주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현실에서 ‘독’은 영원한 사랑보단 영원한 이별을 선물합니다.

 

독은 같은 물질이라도 어떻게 몸속으로 들어오느냐 (접촉경로)와 그 양은 얼마냐 되느냐에 따라 독성이 달라집니다. 독이나 약은 소화관에서 흡수돼 정맥 (정맥 중 문맥)을 거쳐 간으로 들어가고 간에서 분해(일부 해독)된 뒤 나머지는 혈액을 통해 각 장기나 기관으로 운반돼 독성을 나타냅니다.

 

독은 알약처럼 입으로 먹는 것보다 혈관에 직접 주사하는 것이 효과가 가장 셉니다. 독이 소화액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간도 거치지 않아서 물질이 화학적 변화 없이 빠르게 몸속으로 퍼져갑니다. 그 다음으로 반응이 빨리 나타나는 독은 병원균이나 독가스처럼 호흡을 통해 폐로 흡수돼 혈액으로 퍼지는 경우입니다. 폐는 점막이 얇고 폐포 (허파꽈리)의 표면적이 넓어 흡수가 빠르고 혈류량도 많이 금방 온몸으로 독을 퍼뜨립니다.

 

반면 입으로 먹는 경우가 대게 독성이 가장 약합니다. 위산에 의해 분해되고 장에서도 흡수가 잘 되지 않는데다 대부분의 물질은 간에서 약 90%가 해독되기 때문입니다. 독화살에 맞아 죽은 동물의 고기를 먹어도 사람은 별탈이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백설공주에게 사과에 묻혀 먹인 ‘독’은 실제로 있을까?

 

백설공주가 먹은 독사과, 실제 이런 독이 있을까? - ⓒDisney 제공

 

백설공주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아주 극미량으로 깊은 잠에 빠집니다. 전문용어로 혼수? 상태나 쇼크? 상태인 걸 보면 꽤 치명적인 독 같은데, 사과에 묻은 걸 모를 정도로 아주 소량이었고, 진실한 키스 한 방(!)에 살아나는 동화 속 독. 독 중에 이 같은 효능을 내는 물질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습니다. 두 공주처럼 죽은 듯 보이는 상태는 전신마취를 했을 때와 비슷하지만 전신마취는 체온이나 호흡, 심장 박동이 유지된 상태입니다.

 

전신마취는 환자의 팔 정맥에 약물을 주사해 의식을 잃게 만드는 정맥마취를 실시하고 산소와 마취가스를 섞어 호흡기에 투여하는 흡입마취로 이어집니다. 마취제로 주로 사용하는 것은 이산화질소, 산소, 할로탄 등 혼합가스입니다. 기도로 들어간 마취제가 일정량 뇌에 전달되면 마취 상태가 지속되는 원리입니다.

 

 

●우리는 평소 어떤 ‘독’에 노출돼 있을까?

 

사람이 일반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독은? - (주)동아사이언스(과학동아 2012년 4월호) 제공

 

그렇다면 평소 우리는 어떤 독성물질 위험에 노출돼 있을까요? 의외로 종류가 다양합니다. 상한 음식이나 술, 담배와 같이 직접적인 섭취로 반응하는 독도 있고, 자동차 부동액이나 욕실 세정제를 사용하면서 알게 모르게 호흡기로 들어오는 독도 있습니다.

 

  1) 장독 :  포도상구균, 콜레라 등

 

간에서 해독 작용을 거치기 전에 장에 직접 작용하는 성분을 말합니다. 장에 직접 작용해 효과가 빠르고 큽니다. 보통 식중독 등으로 노출되며 복통과 설사, 구토를 유발합니다.


  2) 뇌독 :
  알코올, 니코틴, 모르핀 등

 

혈액뇌관문을 통과해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여기에 속합니다. 뇌관문은 뇌로 연결되는 일종의 모세혈관 검문소입니다. 다른 모세혈관은 세포들 사이에 틈이 있지만 뇌로 연결되는 모세혈관에는 틈이 없어서 독성을 지닌 물질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분자, 지용성 화합물인 알코올과 니코틴은 뇌관문을 쉽게 통과합니다. 과음을 하거나 담배를 많이 피면 어지러움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니코틴은 뇌 속 신경세포에서 아세틸콜린 수용체 와 결합해 자율신경을 흥분시킵니다.

 

또, 양귀비에 들어있는 마약 성분인 모르핀도 뇌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입니다. 뇌 속에 들어가 중추신경계에 진정 작용을 일으켜 대게 마취제나 진통제로 쓰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추출한 모르핀 중 뇌관문을 통과하는 비율은 약 2%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염화아세틸을 더하면 지용성이 높아져 뇌관문 통과 비율을 30배 정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비율이 높아지면 사람은 혼수 상태(때론 쇼크)에 빠질 위험도 높아집니다. 이 물질이 바로 강력한 마약 중 하나인 헤로인입니다.

 

(주)동아사이언스(과학동아 2012년 4월호) 제공

 

☞ 같은 신경전달물질이라도 신경전달물질에 달라붙는 수용체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아세틸콜린은 니코틴성과 무스카린성 두 종류의 수용체를 갖고 있습니다. 니코틴성 수용체는 골격근, 자율신경절, 중추신경계, 부신수질 등을 관여하는 시냅스에, 무스카린성 수용체는 자율신경 절후 신경, 심근, 혈관평활근, 소화관평활근, 분비세포 등에 존재합니다. 때문에 아세티롤린이 방해받거나 과다 분비된 경우 결합하는 수용체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중독 증상을 보이는 기관과 조직이 다릅니다.

 

  3) 신경독 :  메탄올 등 알코올류, 에틸 등 마취제, 수면제, 천연독 등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모든 화학물질이 여기에 속합니다. 신경세포 중심부에서 발생한 전기신호는 축색돌기 끝에 있는 시냅스로 이동합니다 전기신호를 받은 시냅스는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고 이 물질이 상대 신경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면 전기신호가 전달됩니다. 신경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구조는 나트륨 통로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투구꽃의 아코니틴과 복어의 독인 테트로도톡신은 나트륨 이온이나 칼륨 이온 통로를 막거나, 반대로 계속 열어두게 해 신경세포가 다른 세포로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그러면 전기신호 전달에 문제가 생깁니다.

 

또 신경독은 아세틸콜린, 노르아드레날린 등 시냅스에서 나오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신경독 중 사린은 아세틸콜린 대신 아세틸콜린의 분해효소와 결합해 아세틸콜린의 양을 늘려 신경이 계속 흥분상태로 유지됩니다.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4) 부식독 :  염산 등 강산, 수산화나트륨 등 강알칼리, 크레솔 등

 

점막세포가 얇고 예민한 피부, 소화기 점막 등에 작용해 부식작용을 일으킵니다. 염산은 가스 형태로 마시기만 해도 코의 점막이 모두 파괴됩니다. 호흡을 통해 퍼지는 독 중에는 부식 독이 많습니다.    

 

 5) 침착독 :  비소, 납 등 중금속염, 파라콰트, 유기염소계의 농약류 등

 

간이나 신장 등의 장기 조직에 쌓여 (침착) 변성을 일으키는 화합물입니다. 납이나 수은 등의 중금속은 칼슘과 잘 결합하기 때문에 칼슘이 많은 뼈와 지방 조직에 잘 쌓입니다. 특히 골수세포에 많이 쌓여 세포를 죽게 해, 백혈병의 원인이 됩니다. 또 혈액으로 흡수돼 여러 장기 세포를 망가뜨려 사망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6) 혈액독 :  일산화탄소, 청산가스, 니트로벤젠 등

 

혈구나 혈관에 영향을 미치는 독을 혈액독이라고 합니다. 살모사나 반시뱀의 독이 대표적인 혈액독입니다. 물리면 조직과 혈관이 파괴되고 피하출혈이 일어나 심한 통증과 구역질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산화탄소는 적혈구 속에 있는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운반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산소가 부족해 죽게 됩니다. 또 페니실린이나 니켈이온, 옻나무 추출물 (우리시올)은 몸에 들어가면 적혈구 속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새로운 화학 물질을 만들고, 면역세포가 이를 이물질로 간주해 그 적혈구를 파괴합니다.

  

 7) 유전자독 :  방사능 등

 

DNA에 변형을 일으켜 세포가 분열하고 늘어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다. 방사능을 쬐면 당장 세포가 죽는 것은 아니지만 DNA 변형이 생겨 나중에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다.

 

또 세슘이나 우라늄, 플라토늄과 같은 방사선 물질도 몸속에 들어가면 당장은 반응이 미비하지만, 계속 방사선을 내뿜어 DNA 변형을 일으키거나 백혈구 수를 줄여 혈액암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방사능도 단시간에 4000msv를 쬐면 백혈구의 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30일 이내에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세정제 중에서도 DNA 변형을 일으키는 유전자독 물질이 포함돼 있어 반드시 성분을 확인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8) 효소독 :  유기인제류 농약, 청산가스, 클로로페놀계 화합물 등

 

특정한 효소의 역할을 막는 물질이 여기에 속합니다. 청산가스는 미토콘드리아에 산소를 공급하는 치토크롬옥시다아제라는 효소에 산소 대신 결합해, 산소 전달을 막아 세포를 죽입니다.

 

 

● 키스 말고 일반적인 해독 작용은 어떻게?

 

백설공주는 백마탄 왕자가 나타나 해독 ‘키스’ 한 방으로 깨어난다. - ⓒDisney 제공
 

독에 중독되면 순간적으로 몸이 입는 손상이 너무 커 생존율이 낮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눈앞의 생존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신체 손상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해독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연구가 활발한 분야는 신경작용제 (신경가스)와 같은 화학물질을 대비하는 해독제 입니다.

 

이때 해독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뉩니다. 중독 전에 먹는 전처제와 중독 직후 먹는 해독제, 발작에 따른 뇌손상을 막는 보호제입니다.

 

전처제로는 피리도스티그민이라는 알약이 있습니다.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 국경에 배치된 미군이 8시간 간격으로 복용했습니다. 이 약은 몸속으로 들어오면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중 전체의 10~30% 정도와 미리 결합해 만약의 사태를 준비합니다. 만약 신경가스에 노출돼 아세틸콜린이 급속히 늘어나는 작용이 시작되면, 피리도스티그민으로 준비한 효소를 풀어 중독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 신경가스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막아 결과적으로 아세틸콜린의 양을 늘립니다. 아세틸콜린은 내장, 소화관, 혈관 등에 많은 평활근과 심장 근육, 또 분비물을 조절하는 선세포 등에 있는 수용체에 달라붙어 신경 신호를 전달합니다. 따라서 아세틸콜린이 많아지면 분비물이 늘고 근육이 수축하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합니다.  

 

중독 직후엔 아트로핀이나 옥심을 투여하는데,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할 때 병사들이 맞는 주사가 바로 이 아트로핀입니다. 겉보기에는 보통 주사기처럼 보이지만 근육이 많은 엉덩이나 허벅지에 꽂으면 바늘이 나오면서 물질이 바로 혈관으로 침투하는 원리입니다. 아트로핀은 아세틸콜린 수용체 (무스카린성)와 미리 결합해 이곳으로 가는 신호를 차단해 몸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한편 옥심은 아세틸콜린 분해효소에서 신경가스를 떼어내고 자신이 대신 결합하는 역할을 합니다. 옥심이 신경가스보다 효소에 더 잘 달라붙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갈곳을 잃은 신경가스가 몸속의 철분 등과 결합해 독성을 잃으면, 옥심은 다시 효소와 헤어져 자신의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 뇌 보호제로는 다이제팜이 있습니다. 신경가스로 과도하게 증가한 아세틸콜린은 뇌로 들어가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발작을 일으킵니다. 이때 글루타민산같은 흥분성 아미노산이 많이 나와 세포의 칼슘 통로를 망가뜨려 세포를 죽게합니다. 뇌세포를 죽이는 것이죠. 이때 다이제팜은 뇌에 있는 신경계를 활성화해 흥분된 신경을 진정시켜 발작을 멈추게 하고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밖에 아초산나트륨과 티오황산나트륨은 독성을 없애면서 재빠르게 반응하는 혈액 해독제로 씁니다. 하지만 현실엔 완벽한 해독제는 없고, 투여하는 시점이 가장 큰 변수입니다.  

 

 

●  동물의 독, 약으로 거듭나 흑색종, 유방암, 난소암 등에 효과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뱀독에는 50~60종의 성분이 있는데 이들은 주로 단백질 또는 펩타이드 계열입니다. 같은 종이라도 성장하는 지역 환경이나 독을 채취하는 시기에 따라 성분의 차이가 있습니다. 뱀독은 주로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데, 일부 독은 혈관과 혈구를 파괴하고 근육을 마비시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뱀독이 암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신약 개발의 도구로 쓰이고 있습니다. 인도코브라 뱀독에서 분리한 포스포리파제A2라는 효소는 피부에 발생하는 흑색종을 죽입니다. 흑색종은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내는 피부 세포인 멜라노사이트에 암이 생기는 병인데, 이 효소가 암세포의 세포막 인지질을 파괴해 암세포를 죽이는 원리입니다.

 

또 서던 코퍼헤드라는 미국텍사스살모사의 독에서 추출한 단백질은 동물실험 결과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70%나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난소암이나 방광암, 흑색종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전망입니다.

 

한편, 타란튤라 거미의 독을 진통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타란튤라 거미의 독은 신경독으로, 물리면 신경 전달이 차단돼 몸이 마비 됩니다.

 

트리스티나 슈뢰더 호주 퀸스랜드대 박사팀은 타란튤라 거미의 한 종류인 ‘페루초록벨벳타란튤라’의 독을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거미의 독에 들어있는  ‘ProTX-II’라는 물질을 관찰했습니다. 세포에서 고통을 느끼는 부분을 막는역할을 합니다. 핵자기분광기를 이용해 세포를 자세히 관찰한 결과, 물질의 일부가 사람의 통증까지 완화해 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아직까지 임상연구가 많지 않은데다, 미국식품의약청(FDA)의 판매 허가를 받는데 어려움이 있어 상용화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독은 그 독성에 상관없이 위험물질입니다. 사실 맹독은 1g이면, 1분이면 차고 넘칩니다. 반면 10~20년을 두고 천천히 목을 죄는 독도 있지요. 이러나 저러나 독은 우리 몸에 해를 끼치는 모든 물질을 말합니다. 물도, 산소도, 소금도 경우에 따라 우리에게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흉흉한 소식이 들리고 있으니 모두 (종류 불문) 독 조심하세요.   

 

※참고

2012년 과학동아 4월호

2016년 어린이과학동아 06호

 

댓글 (0)
의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