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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 제조 기술: 버튼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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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주변에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인체공학적, 사용자친화적…. 사람이 이용할 때 편리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통틀어 UI 혹은 UX 디자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UI(User Interface)는 사용자가 대상물을 통해 과업을 수행하고자 할 때 조작하게 되는 부위와 조작의 결과로 나오는 대상물의 반응을 설계하는 분야, UX(User Experience)는 UI를 포함해 사용자가 어떤 대상을 접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인상과 느낌의 축적. UX 디자인은 그런 인상과 느낌을 설계하는 분야라는데, 대체 무엇이고 어디에 어떻게 적용되는 걸까요? 김성우 국민대 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의 칼럼으로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보세요~!

 

집에서 거실등을 한번에 못 켜고 이런 저런 스위치를 눌러보는 일을 누구나 한 번씩은 다 겪었을 것이다. 모든 가정집에서 날마다 여러 번 발생하는 현상인데, 이걸 전국 내지 전세계 단위로 넓혀 보면 이런 시행착오 과정 중에 낭비되는 전기 에너지가 결코 적지 않은 양이 된다. 이런 스위치를 사람이 한눈에,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스위치는 없을까.

 

잘 만들어진 전등 스위치는 단순히 전기요금을 아껴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 소모되는 화석 연료와,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각종 오염 물질을 생각해본다면 스위치 하나 잘 누르는 행위가 환경을 보호하는 ‘착한 사람’이 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내 한몸 건사하기 힘든 각박한 사회에서 전등 한 번 제대로 켰다고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니! 일상 생활에서 제품/서비스를 평시대로 사용하는 것이 자동으로 환경 보호 운동이 되고 어려운 이웃을 돕게 된다면 더욱 멋지지 않을까? 사용자도 모르게 사용자를 착하게 만드는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자.

 

 

● ‘선행’도 시간이 있어야 할 수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이 일명 ‘선한 사마리언’ 이란 심리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수업 과제 발표를 하러 가는 학생들이 도중에 길에 쓰러져 있는 행인을 보고 도움을 줄지 아니면 그냥 지나쳐갈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실험 결과 행인에게 도움을 준 ‘착한 학생'들은 과제 발표 전까지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던 학생들 이었다고 한다.

 

이 실험 결과는 우리에게 선행이란 것도 비교적 여유가 있어야 베풀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내가 바쁘고 정신 없으면 타인을 위한 마음은 있을지언정 행동으로 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여유는 사람이 착해질 수 있는 중요한 요건이다.

 

여유가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재정적 안정? 바쁘지 않은 한가함? 아쉽게도 바쁜 삶에 끌려가듯 살아가는 현대인에겐 이 모두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착한 일을 하며 살고 싶어요. 그런데 바쁘고 정신없어 여유가 없다 보니 막상 실천에 옮기지를 못하네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들리지 않게 호소하고 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나 세월호 사건 때 자원 봉사를 못 간 많은 사람들은 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아기는 부모의 시간을 먹고 크는 것’이라는 육아의 시간 철학을 선행에까지 적용하는 건 무리이다.

 

선행을 베풀기 위해 여유가 필요한 것이라면 기술적으로 여유를 만들 수는 없을까? UX 디자인의 기본 원칙 중에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간단하게 만들어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으로 과업을 실행할 수 있게 해주라는 것이 있다. 이 원칙을 응용한다면 여유가 없어 선행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을 아껴주는 UI를 통해 선행을 베풀 ‘심리적인 시간의 여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전화로 기부금을 내는 ARS 후원금 모금은 오래 전부터 사용된 좋은 사례다. 같은 후원금을 내기 위해 은행에 직접 가서 입금해야 하는 경우와 비교해 본다면 UI적으로 ARS 방식이 얼마나 간편한지 금방 알 수 있다(다른 말로는 ‘접근성이 높다’ 라고도 한다). ARS 방식이 얼마나 사람에게 영향을 줬는지 우리나라의 기부 상황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기부 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았음에도, ARS 모금은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UX 관점에서 시간적 여유 없이 바쁘게 사는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적합한 모금 기금의 UI라고 재해석 해본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OCED 회원국 기준 한국인의 연간 노동 시간은 1위로 근로 시간이 가장 짧은 네덜란드에 비해 무려 1.6배에 이른다.

 

 

● 간소한 UI에서 일상 속에 녹아있는 UX로 가야

 

간소화된 UI로 시간을 아낄 수 있게 해주는 것 이상으로 근본적인 접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시간이 없는 것(=여유가 없다)과 시간이 흐른다는 건 서로 별개의 상황이다. 그냥 시간이 계속 흘러가는 속에 ‘알아서 자동적으로 자연스럽게' 선행을 베풀 수 있다면? 실제로 일상 생활 속에서 별도의 시간이나 재정적 투자 없이 착한 일을 하게 해주는 제품/서비스/사업 모델이 있다. 주로 환경 보호에 일조하거나 저소득 국가에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 선행이 이루어진다.

 

‘탐스(TOMS)’는 1+1 사업 모델로 잘 알려져 있는 신발 회사다. 고객이 탐스 신발을 한 켤레 구매하면 저소득국의 신발이 없는 아동에게 신발 1켤레가 기부된다. 탐스에서 신발을 사는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해서 신발을 하나 산 것 뿐이지만 동시에 자동으로 저소득 국가 아동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선행을 베푼 셈이 되는 것이다.  탐스가 설립된 지 1년 만에 1만 켤레의 신발이 기부되었고 설립 7년 후인 2013년에는 전세계적으로 기부된 신발이 1000만 켤레가 넘는다고 한다. 탐스 이후 유사한 1+1 기부 모델을 가진 기업들이 많이 설립되었다.

 

 

에너지를 절약 해주는 스마트 콘센트(smart outlet)는 당장이라도 집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작은 환경 보호 운동이다. 전기 콘센트에 꽂혀있는 전자제품은 사용하지 않을 때도 전기를 계속 소비한다. 전기 요금을 아끼고자 또는 환경 보호에 일조하고자 날마다 외출할 때 일일이 플러그를 뽑거나 멀티콘센트의 스위치를 하나 하나 끄기도 한다. 이것도 부지런한 - 부지런할 만한 여유가 있는 - 사람들이나 계속 할 수 있다. 스마트 콘센트는 자동으로 사용 중이 아닌 전자제품에 전원 공급을 차단하여 전기 요금도 아끼고 나아가 환경 보호에 기여하게 해준다.

 

착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서비스/사업 모델에서의 핵심 포인트는 선행을 매우 편하게, 알게 모르게, 사실상 자동화 수준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데에 있다. 한 가지 더 보탠다면 상호 윈윈(win-win)하거나 최소한 선행을 베푸는 쪽이 희생정신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우리의 일상 생활을 잘 관찰하다 보면 구석구석에 이런 착한 사람 제조 기술이 파고 들어갈 데가 제법 있다.

 

다시 전등 스위치 이야기로 돌아오자. 우리 일상 속에서 나도 모르게 두 번씩 손이 가는 물건은 스위치만이 아니다. 온수, 냉수 및 물 세기를 한번에 원하는 수준으로 맞출 수 있는 샤워기의 수도꼭지도 일상 생활 속에서 수자원을 절약하여 지구 환경을 아끼는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필자는 아직까지 완벽한 수도꼭지를 만나본 적이 없다.

 

온수 냉수 및 물 세기를 한번에 원하는 수준으로 맞출 수 있는 샤워기의 수도꼭지도 일상 생활 속에서 수자원을 절약하여 지구 환경을 아끼는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좋은 UI다(다만 아쉽게도 필자는 아직까지 완벽한 수도꼭지를 만나본 적이 없다).

 

사용자를 착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들에게 선행을 강요하는 대신 여유를 선사하라. 번거롭지 않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UI와 스마트 기술을 잘 활용하여 바쁜 생활 속에서도 여유가 꽃피고 선행이 이루어지는 각종 아이디어를 내보는 것이다. 착한 사람을 제조하는 착한 UX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필자소개

김성우.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대학원 인터랙션 디자인 교수. “기술 너머의 철학 (Philosophy beyond Technology)”을 추구하는 경험 디자인(Experience Design)의 구도자로 경험 생태계, 기업의 전략적 UX 경영, 공공 서비스 디자인, 차세대 콘텐츠 경험 등을 연구한다. 다학제적 융합과 통섭이 요구되는 경험 디자인을 업으로 삼다보니 자연스레 국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와 현업을 통해 전문성을 쌓아왔다. 미국 실리콘 벨리에서 U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KT에서 UX 연구와 개발을 하였고, 싱가포르에서 필립스 디자인(Philips Design)의 UX 디자인 컨설턴트로도 근무하였다. 학부 및 대학원에서 컴퓨터 공학과 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를 전공하였으며 현업 시절 UX 경영 공부를 목적으로 MBA 과정을 밟았다.

 

김성우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

caerang@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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