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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나무가 정수기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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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정수기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연구진에 따르면, 나무 바깥쪽에 있는 조직인 변재(sapwood)가 물 속 대장균의 99% 이상을 여과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변재는 나무껍질 바로 안쪽의 희고 무른 부분으로, 나무의 2차 물관부 중 바깥쪽의 살아있는 층입니다. 물과 무기염류를 나무 위쪽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지요.

 

Globetrotter19(W) 제공

 

연구진은 뿌리에서 흡수된 물이 나뭇가지로 올라가 잎사귀를 틔우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세균(=박테리아)이 잔뜩 들어있는 물을 흡수해도, 썩지않고 싹을 틔우는 것에 의문이 생긴겁니다. 목질부(xylem, 뿌리에서 잎까지 물을 이동시키는 경로) 조직을 포함하는 변재의 작은 구멍이 물은 통과시키면서 대부분의 세균은 차단한다는 거죠.

 

뿌리에서 흡수된 물을 잎사귀까지 전달하려면 물관에 기포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포가 생기면 물관이 막혀버려 물을 나무 끝까지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이유로 기포를 제거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물관 옆에 있는 작은 구멍과 여과막이 그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작은 구멍의 여과막이 대장균을 포함한 물속 세균을 걸러버리는 거지요.

 

나무 정수기 만드는 방법 - 플로스원 제공
 

여기까지 알아낸 연구진은 나무로 정수기도 만들어 봤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나뭇가지를 적당한 크기(길이 약 3cm, 폭 약 1.5cm)로 잘라 껍질을 벗긴 뒤 플라스틱 관에 꽂아 집게로 고정하고 빈 틈은 접착제로 메워줍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관에 여과하려는 물을 부어주면 끝입니다. 참 쉽죠?

 

실험에서 붉은색 물감을 섞은 물을 부었더니 몇 밀리미터 가지 않아 색소가 모두 여과되었답니다. 게다가 비활성화된 대장균을 넣은 물을 걸렀을 때도 99% 이상의 세균이 여과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정수 효과는 갓 꺾은 생나무일 때만 나타나고 마른 나무로 했을 때는 이미 물관의 여과막이 망가졌기 때문에 전혀 정수를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물관 벽 작은 구멍의 여과막에서 걸러진 세균의 모습(초록색) - 플로스원 제공
 

이 나무 정수기를 이용하면 하루 동안 깨끗한 물 4L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보통 성인은 하루에 1~2L 물을 마시도록 권장하고 있으니, 하루동안 갈증을 풀기에 충분한 물이 나오는 셈입니다. 이제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를 가든지 식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나무를 잘라내서는 안 된다는 것 다들 알고 있지요?

 

이 연구는 플로스원(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PLoS ONE)에 발표됐습니다.

 

 

※필자소개

민혜영. YBM시사에서 각종 영어 학습 월간지 및 내셔널 지오그래픽 단행본의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외신 번역 및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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